여행, 하이킹, 등산, 스포츠 등 여가활동에 관한 글들을 자유롭게 올려 서로 정보를 나눠갖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16-08-30 23:50
[하이킹/등산] 4부작 연작드라마 같았던 Mt Hood 산행보고입니다
 글쓴이 : 작은세상
조회 : 1,709  

1916년 5월, 제 1차 세계대전이 한창 치열한 때 독일제국은 그 때까지 철옹성으로 영국 해군이 장악하고 있던 

북해의 해상권을 뺏기위해 100여척에 달하는 대 선단을 이끌고 영국 해군과의 일전에 나섰습니다. 
영국은 북해 제해권을 지키기 위해 150여쳑에 달하는 초대형 선단을 동원해 이에 맞섰습니다.

양쪽 선단에는 Dreadnought  라고 불리는 대구경 함포 장착 전함이 수십대씩 포함되어 
역사상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전함들 사이에 대격돌이 일어나게 됩니다. 원거리 포격전을 
주전술로 하는 이 거함들은 그때까지의 해전 양상을 바꾸어 놓은 획기적 전함입니다. 

이 해전에 참여했던 그 수많은 전함들이 우리가 잘 알 고 있는 Indefatigable, Warspite, Galatea, Sparrowhawk 등등으로 그 이름들이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산들에 붙어있습니다. 이 역사적인 해전이 곧, 6000여명의 전사자를 낸 영국이 전술적으로는 패했으나 전략적으로는 제해권을 계속 지키게된 Jutland sea battle, 즉 유틀란트 해전입니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캐나다에 애국열풍이 불어닥쳤고 그 결과의 하나로  카나나스키스의 수많은 산들에 이해전에 참여했던 전함과 군인들, 그리고 그 부속 인물들의 이름이 명명되었습니다. 당시 알버타 인구는 50만이 채 안되었지만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군인이 5만명에 이를만큼 원래 애국열풍은 강열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는 웅장한 카나나스키스 록키의 봉우리들에 영국전함들의 이름을 붙이는 것을 자연스럽게 했겠지요. 

Upper Lake 위쪽 Kananaskis Range에 위치한 Mt. Invincible 도 그중의 하나이며 그 전함을 지휘했던 제독이
바로 오늘 우리가 오를 산이름의 주인공 Hood Horace입니다. 그는 인빈서블호와 함께 북해 바다에 가라앉았습니다.  그외 주변의 산들, 크릭에서 바로 보이는 웅장한 석회암산인 Mt. Blane, 그 왼쪽의  Mt. Broc, 그리고  Mt. Hood 바로 앞의 Mt.Packenham, 그리고 Mt Evan-Thomas 등 이 모두가 Jutland 해전에 참여했던 영국해군의 전함을 지휘한 장교들이었습니다.

Mt. Hood는 근처 오팔 산군의 몇 안되는, 일반인 스크램블링이 가능한 산중의 하나로 해발 2900m / 게인 1200m / 왕복 11km 의 Moderate 코스 입니다. 

Mt. Hood 산행은 수해로 처참하게 파괴되었으나 곳곳에 그 아름다움이 남아 있는 Creek walking, 영화 속 한 장면같은 Grass ridge walking, 적당한 난이도로 즐거움을 주는 scrambling, 그리고 정상에서 맛보는 카나나스키스 벨리와 산군, 오팔산군의 놀라운 파노라마 경치까지 마치 4부작 드라마같은 산행이었습니다. 

1부 크릭워킹


킹크릭의 초입부. 멀리 보이는 산이 바로 Mt. Blane 입니다. 그는 Jutland  해전의 영국군 함장이었습니다. 아름다웠던 크릭은 여전히 수해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채 있고 그 위로 솟은 하얀 석회암산은 매우 어려운 스크램블링으로 갈 수 있다 합니다. 


킹크릭은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포진한 그야말로 수려한 절경의 연속이죠. 그림같이 멋진 크릭이었는데 자연재해는 간혹 스스로를 상처내기도 하는군요. 

 
트레일이 파괴되어 크릭을 좌우로 계속 건너야했습니다. 전에는 징검다리도 있고해서 이런 것들이 낭만이었는데 지금은 얼기설기 쓰러진 나무로 대충 걸쳐놓은 곳을 건너야 해서 성가신 일이 되었습니다. 


오묘한 모양의 옹이진 고목. 자체로 예술작품이었어요.


계속하여 건너야했던 크릭..오늘 산행의 가장 어려웠던 부분?


절벽으로 둘러쌓인 굽은 크릭을 이렇게 건너는 것은 어린시절을 생각나게하는 재미있는 놀이 같았어요. 



오늘 하루종일 제 모델이 되어주신 분. 절벽보다 크릭 건너기가 더 무섭다고 .. 그래도 한번의 낙상도 없이 잘 건넜습니다. 지나고 보면 다 재미있는 추억이죠. 


크릭이 크게 갈라지는 곳.. 원래 모습 그대로는 얼마나 아름다웠을까요..


새빨간 Baneberry 는 가을의 전령사입니다.


쨍한 초록색이 선명한 물이끼는 건강한 자연을 대변하는 듯 싱싱했고요..


한국에서라면 지천으로 있을 이런 애벌레들.. 신기한 구경거리입니다.


키 큰 Fireweed가 있으니 이제 크릭을 벗어나는가 봅니다.


Yarrow 는 순백의 하얀 모습 그대로입니다.


오호.. 이민 와서 처음 본 개구리, 아니 두꺼비입니다. 네.. 두꺼비 같았어요. 꼼짝도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죠. 


내려올 때... 크릭에 은빛 안개비가 촉촉히 내렸습니다. 

2부 Grass ridge walking



지난 봄 킹크릭 릿지 산행 때 눈으로 가득했던 이곳이 이제는 무릎까지 덮이는 깊은 수풀로 가득했어요. 자연은 이렇게 스스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면서도 늘 한결같네요. 


봄나물로 가득했던 곳이 이제는 무성한 grass 와 관목으로 뒤덮여 일부 단풍이 들기 시작하면서 멋지고 훌륭한 동산이 되었군요. 바라만 보아도 마음에 위로가 되었습니다. 자유와 평화를 찾아 넘어가는 알프스의 그곳처럼.  


그런데 지금부터 경사는 장난 아니었어요. 2Km 남은 거리에 700여 m 의 elevation gain 이니 경치고 뭐고 숨이 턱에 차올랐어요. 


그래도 제 모델님은 힘이 안드는 듯 오늘 산행 중 가장 좋아한 구간이죠. 연신 감탄사를 내 뱉으셨어요.



이 모델님도 제 단골이죠. 포토제닉에 좋은 자리 찾을 줄 아시는.. ㅋ 


조여사님도 훌륭한 모델이죠. 핑크색이 어울리는 분. 


뒤로 킹크릭 릿지가 보이는 군요. 하이킹 팀은 어디쯤 왓을까요.


하산할 때 모습이죠.


경사로 인해 하산도 쉽진 않았지만 훨씬 여유롭게 그라스 릿지를 걷는 즐거움을 만끽했습니다. 눈 앞에 시원하게 펼쳐진 자연을 가슴에 품어 안으며 걸을 수 있고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내려올 때도 이 분은 정말 소녀처럼 즐거워했죠. 사진 너무 많이 찍어서 미안합니다.제 근처에 있으면 이렇게 막샷의 대상이 된답니다. 


그라스 릿지에도 예쁜 생명들이 많았습니다. 그냥 무심코 스쳐 지나는 가운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새로운 세계가 숨어 있죠. 


뭔지는 모르겠으나 소나무 아래 숨어 있는 모습이 앙증맞게 귀여웠어요.
그라스 릿지 워킹은 록키산 하이킹의 진수 중 하나가 아닐까요..또 가고 싶어라..

3부 스크램블링


이제 킹크릭 릿지가 발아래에 놓이고 동시에 우리는 스크램블링 모드로 진입합니다. 괴로운 자갈길을 포함해서..


그러나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록키의 보배로운 모습이 온몸에 굵은 땀방울이 맺힌 댓가로 주어집니다. 


Mt. Hood 의 스크램블링은 전혀 위험하진 않았어요. 경사가 급한 것이 흠. 


스크램블링은 동시에 기암괴석과의 만남이기에 예술적이기까지 합니다. scrambling art라 할까요...


이런 장면이야말로 고산 등반의 진수 중 하나입니다. 멋진 경치를 원경으로 능선을 오르는 산우의 모습.. 


실제 경사도입니다. 


오호.. 이 일대 산행에서 만나는 가장 아름다운 경치 중의 하나죠. 카나나스키스 호수와 그 주변.. 빛내림..사진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면 중 하나죠. 오늘 정상에서는 이런 빛내림의 잔치가 펼쳐진 모습들과 마주하게 됩니다. 


이 정도는 약간 지루한 스크램블링이죠. 조금은 싱거운 듯한..


그러나 힘이 무지하게 들었죠. 아.. 경사가 끝도 없어요. 차라리 바위를 기어올라가면 스릴이라도 있는데..


드디어 col 에 올라섰어요. 바로 보이는 이산이 아까 말한 Mt. Packenham 입니다. 유틀란트 해전의 영국 장교. 


그 반대쪽에 우리가 오르는 Hood 산 정상이 있습니다. 


멀리 카나나스키스 레이크가 보이고 동료들도 콜에 올라섰습니다.


보통은 콜에서 정상까지는 그리 높지도 멀지도 않은 것이 보통인데 이 산은 그 때부터 정상까지가 지옥이었어요. 오히려 더 심해진 경사와 남은 거리는 거의 살인적. 



col 에 있던 Rock lichen,  돌이끼가 만들어낸 자연 추상화.. 



  갑자기 먹구름이 짙게 깔리며...


그러나 포기하지 않으면 정상은 내 발 아래에 둘 수 있죠. 이제 다 왔습니다. 

4부 on the top


카나나스키스 호수 위를 뒤 덮은 먹구름 사이로 빛이 내리고 있습니다. 빛내림은 사진가들에게는 보배로운 장면이죠. 



기암괴석의 typical rocky mountains  입니다. 


앞 사진과는 다르게 약간 푸르스름한 톤으로 찍은 장면입니다. 


이것은 원래의 명암대비에 가까운 사진이구요..


그리즐리 픽 방향입니다. 




킹크릭에서 바로 마주 보이는 wintour Peak  입니다.


왕언니의 에너지는 아직도 충만펄펄합니다. 신통방통하죠.. 


이런데 서있으면 그냥 기절하는 사람도 있는데..이분은 깡총깡총 뛰기까지.. 


정상은 다소 추웠습니다. 해도 없고 비도 약간씩 내리고,.. 그러나 매우 낭만적이었죠. 커피 담당자가 안오시는 바람에 모두들 무척 아쉬워했죠.


마치 지붕이 있는 듯 낮게 깔린, 아니 높은 산에 걸린 먹구름이 만들어낸 신기한 장면입니다.


수고 하셨어요. 제 모델 되어 주시느라 ㅎㅎ 


오늘도 멋진 산 코디하신 우리 귀한 산행 코디네이터. 


카나나스키스 호수 위 빛내림 장면의 색감을 약간 달리 해봅니다.

에필로그

전에 없이 토요일이 갈등입니다. 그냥 집에 있고 싶은 마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의 즐거움에 대한 그리움. 
따뜻한 햇살 받으며 한껏 게으름을 피워보고 싶은 마음 등을 억누르고 산을 찾을 때 그만한 보상이 없다면 
굳이 고생하며 힘든 산을 찾을 이유가 없겠죠. 

그러나 전과 달리 요즘은 산을 오르내리며 다양한 세계를 맛보고, 숨은 이야기를 생각하며 인문적 요소를 
새롭게 발견하곤 합니다. 자연이 자연만이 아니라는거죠. 사람이 없으면 사실 무의미하기에 그러합니다.

함께한 동료들의 모습들로 에필로그를 정리합니다.














Hood 카페는 조금 추웠지만 낭만적이었어요. 주변의 그림들이 드라마틱했죠. 바위에 기대 앉아 추위를 피하며 밥을 먹는 동료들의 모습이 웬지 정겨웠어요. 모두들 다시 보고 싶네여..








왕십리 16-08-31 10:33
 
구간별도 나누어 작성된 후기를 보는 것도 참 특이하군요. 재미있어요. ^^
사진을 보며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작은세상님의 사진만 믿고 게으름을 한껏 부린 난 행복한 사람!! ㅋ
역사 속의 뒷 이야기도 흥미롭구요. 사진이야 여전히 명불허전이구요.
사진도 몇장 퍼가고 기쁘게 감상하고 갑니다. 고마워요. ^^
bowbin 16-08-31 12:00
 
실제산행보다 후기가 더장엄하고
 Hood 정복의과정과 의미보다 사진이 더욱 가치스러워 보입니다.
이런저런  스토리준비하시느라 애쓰셨고,잘보고 나갑니다.
작은세상 16-08-31 13:16
 
여행은 준비단계의 설레임과(보우빈님이 산행 전날 잠 설치시는 것처럼) 함께 다녀온 다음의 여운의 즐거움이 작지 않죠. 특히 여행을 다녀온 다음 미쳐알지 못햇던 것을 발견했을 때의 새로운 맛이란.. 산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진을 정리하면서 솟아나는 호기심과 의문들,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새로운 지식과 정보가
산행 추억과 오버랩되면서 특별한 기쁨을 맛봅니다. 후기쓰는 즐거움이죠.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YYSA 16-08-31 17:49
 
산행후기를 사진과 함께 잘 보고갑니다.

저희들은 리지에서후드로 가는 1진 여러분들을 계속 보고 있었으나 1진분들 께서는 저희들을 보지 못한것으로 생각하면서....

제가 킹크릭리지에서 바라본 후드산은 외견상으로 볼때 제가 결코 갈수가 없는 산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는 한분의 마나님께서는  $20M의 보험없이는 올라가는것에 꿈도 꾸지마라는 엄포아닌 엄포로 기를 죽이는 불상사가 발생하기도 하고....

그리고 저희 허약산악회가 간 킹크릭리지는 한편으로는 쉽다고 생각하는데 많은 분들이 (?) 힘들어 했던 리지산행이었습니다. 지루하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었고.
작은세상 16-08-31 18:15
 
기술적 난이도로 치면 high end easy 아닐까 싶고요.. 그 때 Baldy 보다도 훨씬 쉬운...
그러나 경사가 가파라서 오르내리는데 힘이 들었어요.
킹크릭 릿지가 허약이면 록키 거의 모든 산이 허약이죠.

우리가 col 바로 아래에서 휴식을 취할 때
킹크릭 릿지 정상에서 식사하고 있는 듯 보이는 오렌지색, 파란색 자켓을 입은 분들 왓다갓다하는 것 보았죠.
그전에 릿지를 오르는 오렌지 자켓 분도 보았고...
뭉게구름 16-09-01 11:49
 
반대편에서 올라가는걸 보니 남의 일같지 않아서 연민의 정을 느끼고 있었는데, 실상은 재밌었군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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