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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9-07-07 19:02
[기타] Banff 의 아이콘 Mt. Rundle scrambling
 글쓴이 : 작은 세상
조회 : 7,676  

런들산은 밴프 내셔널 파크의 아이콘 중의 하나입니다.

 

록키의 여느 산과 같이 거대한 석회암 산으로 수목한계선을 지난 봉우리 부분이 새하얗게 돋아 있고 그 모양이 마치 알프스의 마테호른 처럼 생겨 산세가 멋진 산입니다.

 

런들 산은 그 자체로 마치 작은 산맥같이 생겨 여러개의 봉우리들이 이어지고 산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가 총 12km에 이를 정도입니다. 그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는 제가 오늘 올라간 런들 주봉으로 2949m입니다. 

 

주봉은 그 아래 제 1 봉우리보다 거리는 더 멀고 더 높지만 코스자체가 쉬운 편입니다. 제 1 봉은 조금 낮지만 오르기가 더 어렵습니다.

 

6년전 처음 밴프에 왔을 때 이 웅장하고 아름다운 산을 보고 감탄하며 저런 산 꼭대기에 올라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었는데, 당시에는 불가능한 줄로만 알았던 것이 이제는 혼자 가뿐히 다녀올 정도로 제가 달라졌군요.

 

등산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수직 높이가 1570m, 왕복 거리가 14km 정도 되기 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지만 코스에 기술적으로 어려운 곳이 없어 easy scramble에 해당합니다. 다만 정상 부근이 가파르기 때문에 때론 손을 써서 올라야 하지만 그것은 하나의 재미지요.

 

내려올 때 록키산 중에서 처음으로 트레일에 있는 곰을 만났습니다. 제법 큰 그리즐리 베어였습니다. 아마도 이제 막 어미로부터 독립한 곰이 아닐까 싶었는데 제가 이럴 줄 알고 내려올 때는 미리 그룹을 지어왔습니다.

 

곰이 우리를 보자마자 놀래가지고 쏜살처럼 도망가더군요. 곰이 가장 무서워하는 동물이 사람이라고 하는데 또 가장 만만하게 해치우는 동물 역시 사람이라고..

아무튼 대부분 곰과 마주치면 이런 식으로 곰이 먼저 도망을 간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람을 자주 보면서 사람이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런 곰을 갑자기 만나서 당황하거나 하면 사단이 나는 거겠죠.

 

이렇게 해서 왕복에 약 7시간 정도 걸렸고 오랜 숙원을 풀었습니다.

 

꽤 긴 완경사 트레일을 지나서 수목한계선을 넘어서자 본격적인 스크램블 등산입니다. 밴프 타운이 까마득.. 밴프 스프링스 호텔도 저~기 아래.

먼저 올라간 청년들입니다. 불어를 사용하던데.. 

등짐을 번갈아서 지고 셋이서 사이좋게 오르는데 등산은 이렇게 함께 하여도 좋고 저처럼 solo로 다녀도 나름 묘미가 있지요. 

바위 언덕을 넘고 보니 아직도 정상은 까마득하네요. 아침을 안먹었더니  

배도 고프고.. 땀은 무지하게 흘러서 벌써 물은 세병째 비웠는데.. ㅠㅠ

록키산은 석회암 산이죠. 그래서 이렇게 봉우리 근처마다 하얀색 암석 천지죠.

얼마나 아름다운지.. 백옥같네요. 

드디어 정상에 섰습니다. 숨이 턱 막히는 것은 힘들어서가 아닙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우리가 사는 땅의 모습이 주는 장쾌함이 우리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세계로 이끌기 때문이지요.

마주 보이는 거대한 산이 Banff 의 또하나의 아이콘인 Cascade Mt. 입니다. 밴프 타운의 주 간선 도로에 배경으로 버티고 있는 웅장한 산이지요. 그 오른 쪽으로 미네완카 호수가 있네요. 

  

오른 쪽은 완전 낭떠러지이기 때문에 서서는 도저히 볼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엎드려서 봅니다.  그래도 아랫도리가 요상한 느낌.

케스케이드 산, 미네완카 호수, two jack 호수 , Johnson Lake와 bow 강..

멀리 끝도 없이 펼쳐지는 mountain range 가 신비롭기만 합니다.

정상의 바위 틈새로 보이는 우리가 사는 세상입니다. 작아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우리들의 세계는 이렇게 보니 평화롭기만 하네요.  

록키의 험한 바위 틈에서 피어난 이름도 모를  알파인 꽃이 대견스럽기만 합니다.

인디언 페인트 브러쉬인데 색깔이 요염하네요. 

우리가 내려가는 트레일 바로 옆에서 뭔가를 먹던 그리즐리는 우리를 보자

쏜쌀같이 위로 도망쳐 멀치감치에서 쳐다 보더라고요.  이렇게 산 중에서 곰을

본 것은 처음입니다. 혼자였다면 어땠을까..

가까이 당겨서 사진을 찍을려는데 저도 무서웠던지 초점을 맞추지 못하고 벌벌.. 

 

 

이렇게 산을 다녀올 때마다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습니다. 특히 생명에는 하찮은 것이 없다는 진리를 깨우칩니다.

작은 풀잎들, 이름 모를 잡초들이 모두 모여 작은 군락을 이루고 나무와 꽃들과 어우러져 하나의 공동체를 형성해 내었음를 봅니다.

 

우리는 그 전체를 보고 감동합니다.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존재들이 없습니다. 심지어 돌들과 흙과 죽은 나무들 마저도 하나의 구성체로 각자의 존재를 지니고 있습니다. 서로 의존한 채 공존하며 공생합니다.

 

사람이 사는 곳도 바로 이와 같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모든 존재들이 존중받고 함께 누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공동체 말입니다.

서로 다른 것을 뽐내며 당당히 살아가지만 결코 짓밟고 억누르고 상처주지 않는.

그러나 변화를 추구하며 자유롭게 경쟁하되 그 가운데 자연이 주는 선물과 댓가를 받고 치르는 자연의 법칙을 추구하는 사회.

그리고 사랑과 용서와 화해와 평화가 이념이자 법칙인 사회.

 

런들 산이 주는 교훈이 아닐런지요.

[이 게시물은 마당지기님에 의해 2010-07-26 21:31:21 이야기마당에서 복사 됨]

마당지기 09-07-08 01:42
 
처음 캐나다에 와서 밴프를 방문해 보고 가졌던 생각이 "저 산에 오르고 싶다" 였습니다. 그것이 벌써 20년전 일이네요. 그런데 아직도 실천을 못해봤습니다. 아니 언젠가 부터는 저 산은 오를수 없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서 이제는 그냥 무덤덤하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주말에 벤쿠버를 다녀왔습니다. 차로 다녀오는 길에 밴프를 지나면서 옆자리에 앉아 있는 아내에게 혼자말처럼 이야기 했죠... "저길 올라봤으면 참 좋겠다". 아내가 웃으며 그러더군요. 그몸으로 거길 오를 생각 꿈에도 하지 말라고... 운동이나 좀 하라고...

젊을때에는 산을 오르면서 무엇인가 성취(정복)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하찮은 작은 인간의 오만 같은 것이지요.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저 산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거기에 오르고 싶습니다. 자연의 아름다움, 위대함과 모든것을 품어주는 여유로움을 조금씩 이해하고 경외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작은 세상 09-07-08 11:48
 
산을 정복하려는 마음으로 오르다 보면 사고가 뒤따르기도 하지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산이 허락해주니까 오른다는 마음으로 갑니다. 정상에 올라서는 정복의 성취감 보다는
더 넓은 세상, 숨겨진 모습들을 감상하도록 해준데 감사하고 그 느낌들을 나눠가지고자 합니다. 

때론 포기할 때도 많습니다. 아니다 싶으면.. 산이 웬지 무서워지고 교감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든지, 느낌이 좋지 않으면 그냥 하산해 버리지요. 산이 주인이니까요...

언젠가 한 번 등산 같이 하시죠.
뭉게구름 09-07-09 00:58
 
너무 멋있는 사진들인데요! 나중에 산에 갈때 저좀 델구 가셔요... 가고 싶어져요.
그럼 안녕히 계시구요.
     
작은 세상 09-07-10 01:05
 
산에 올라가면 뭉게구름을 많이 봅니다. 산위에서 보는 구름은 매우 특별하죠.
친구 같다고나 할까요. 손을 뻗치면 닿을 듯 가까이 있어서 매우 친근한 느낌이죠.

저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마다 산에 갑니다.
지난 겨울에도 거의 한달에 한 두 번 산에 올랐습니다.
이 번 주는 사정상 일요일에 갑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는 아마도 토요일에 혼자 산에 갈 듯 한데요.
제가 만남 장소와 일정을 이 곳에 올려 드릴테니 뜻이 있으시면 오세요.

저는 조만간 노무현 대통령 헌정 등산을 할 예정으로 있습니다.
작년에 올랐던 템플 마운틴 입니다. 해발 고도 3543m 로 모레인 레이크 옆에 있지요.
8월 둘 째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함께 하시고 싶은 분은 댓글로..
왕십리 09-07-10 10:33
 
저도 2005년에 멋모르고 Rundle에 덤볐었는데, grizzly는 못만나고 숲길에서 모기때문에 엄청 고생했던 생각이 새록새록 납니다.
공룡 능선을 오를때는 물도 무척 마시고 엉금엉금 기다시피 했답니다.
산밑에서는 날씨가 무척 좋았었는데 정상에서는 구름이 휘감고 바람이 무척 강하고 차서 점심을 하산 길에 먹기도 했고 함께 산행했던 딸아이는 모자를 HWY #1쪽 절벽으로 날려버리기도 했었지요....  사진도 아름답고, 이렇게 산을 자주 찾으시는 분이 또 계시다니 반갑습니다.
     
작은 세상 09-07-10 14:36
 
산을 다니면서 한국 분들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서양사람들이지요. 연인들끼리, 친구끼리, 젊은 사람들이
참 많이 오르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 젊은이들도 이렇게 등산을 하면 좋을텐데.. 생각하죠.

록키산에 올라보면 정말 캐나다에 이민 온것이 얼마나 축복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정말이지 사진으로서는 전달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오고 놀라움과 경이로움 때문에
다시 가지 않고는 못배길 정도지요.

점점 중독이 되어가는 듯 록키를 다니는 이상의 즐거움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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