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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8-20 15:59
[기행문] 해발 3543m, Mt. Temple 등정기
 글쓴이 : 이재훈
조회 : 8,962  
해발 3543m, 등산 수직 높이 1690m, 등산 거리 왕복 16km, 소요시간 10시간.
템플산은 제겐 일종의 동경의 대상이었고 도전이었으며 숙제였습니다.
 
남부 록키에서 미국 콜로라도의 Elbert 산, 캐나다 카나나스키스의 아시니보인 산 다음으로 세번째로 높은 산이며 밴프 네셔널 파크에서는 레이크 루이스 옆에 위치하여 가장 높은 산이고 그 북쪽면은 만년 빙하인 템플 글래시어(Temple Glacier)로 덮여 있는 곳.
 
비록 우리가 이산을 오른 최초의 한국인은 아닐지라도 머나먼 타국 땅에서 이민자로서 살아가기에 녹록치 않은 현실에서 캐나다 록키의 상징 중의 하나에 올랐다는 사실이 주는 기쁨은 어떤 것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뿌듯함 그자체였습니다.
 
한국에서는 관악산, 도봉산을 오르기도 힘들어 하고 하다 못해 동네 뒷산을 오르고도 그 뿌듯함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 산을 오를 것이라고 시도한 것 자체가 사건이며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템플산의 북쪽면입니다. 만년 빙하죠. 1번 하이웨이에서 보이는 이 산은 참으로 압도적이며 멋진 산입니다. 
 템플산의 남서쪽 면이며 우리가 오를 방향입니다. 사진 왼쪽으로 난 꼬불길 위쪽이 해발 2600m 의 센티넬 고개입니다. 여기에서 본격적으로 등산을 시작합니다. 사실 이곳까지 오는 것도 그리 만만치는 않습니다.  왼쪽의 노란 선이 등산로이고 빨간 선이 하산로입니다. 참고로 여기까지는 곰 때문에 그룹 산행을 해야합니다.
 센티넬 고개 정상에서 폼 한 번 잡아보았죠^^ 폼생폼사.. ^^ 날씨가 쾌청한 것이 등산에 아주 그만입니다.사진 오른 쪽 아래에 있는 뾰족탑이 센티넬, 즉 파수꾼 바위입니다. Rock Climber들이 즐겨 찾는 곳이죠.
길이 없이 오르는 이런 등산을 Scramble이라고 부릅니다. 손과 발을 사용하여 기어오르는 것을 말합니다. 로프같은 다른 장비가 필요없다는 데서 climbing 과는 구별이 됩니다. 그러나 때론 암벽을 만나 손발을 사용하여 기어 올라야하기 때문에 걸어가는 등산, 즉 하이킹과도 다릅니다.
 첫번째 장애, 암벽이 나타났습니다. 거의 수직 경사인데다 장비를 쓰지 않기 때문에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만 조심스럽게 오르면 꽤 재미있습니다. 
 제 친구가 열심히 오르고 있네요. 나와 같이 산 여러개를 올라 더없는 등산 파트너죠.
바로 위 사진의 구간을 지나면 약간 쉬운 경사면이 나옵니다. 약간의 손을 사용해야하는 구간이죠.
 그리고는 이런 암벽이 나왔습니다. 오늘 코스 중 가장 힘든 구간입니다. Rock Band 라고 부르더군요. 지금 중간에 올라가 있는 서양 친구는 약간 힘들어 하는 중입니다. 오도 가도 못한 채... 자기 여자 친구는 떨어질까봐 무서워 하고..
이 여성은 바로 위의 험한 Rock Band를 자기 강아지와 겨우 통과를 하고 기뻐하고 있습니다. 강아지가 배낭에서 바위 틈에 끼어서 안습이었습니다.  강아지는 '이게 웬일인가' 하며 연신 주위를 두리번 거리고 호기심에 가득찬 표정입니다.
저 아래 호수는 우리가 아침을 먹고 본격적인 등산을 위해 출발한 지점의 호수인데 잠자는 물이란 뜻을 가진 Minnestimma Lake 입니다. 두군데의 험한 구간을 통과한 후 우리는 마지막 남은 Rock Band를 향해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제 친구들이 마지막 관문인 Yellow Rock Band를 기어오르고 있습니다. 처음에 내심 두려움도 없잖아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능숙하게 오르는 모습입니다
이제 기술적으로 어려운 구간은 모두 지났습니다. 남은 것은 급 경사의 슬로프만 올라가면 됩니다. 그러나 이때가 벌써 12가 가까워 등산을 시작한 지 거의 4시간 반이 지났고 해서 배도 고프기 시작하고 다리는 아프고 ㅠㅠ  제 뒤로 보이는 빙하가 Wenkchemna Glacier입니다. 원참나!!
 
 에베레스트 정상 부근의 마지막 슬로프처럼 생긴 이 구간은 미끄럼이 심했습니다. 두발자욱 내딛고 한발자욱 미끌어지는 짜증나는 구간 ^^ 
 백옥처럼 하얀 암석 슬로프를 오르는 친구의 모습.. 멀리 지중해 바다의 하얀 석회암처럼 이곳 록키도 라임스톤 지역입니다. 그 옛날 바다 밑이었던 것을 증명하고 있죠.
 
슬로프의 정상 부근부터는 눈이 많아집니다. 경사면에 붙어서 녹고 있는 눈을 받아서 마셨더니 기분이 달라지더군요. 영험한 록키의 물이라서 그런가^^
 
이곳에서  아름다운 모레인레이크의 전경을 바라봅니다. 모레인 레이크 옆 주차장에서 저희들은 출발했습니다. 지금 거의 수직 높이로 1500m 정도를 올라온 셈입니다.
저 호수는 제가 젤로 좋아하는 호수 중의 하나입니다. 신비한 푸른 색은 조금전의 하얀 라임스톤과 어우러져 마치 하얀 피부와 푸른 눈동자의 아름다운 여인 같습니다.
실제 그리스 신화에 이런 여인이 있는데 이름은 갈라테아 입니다. Beautiful Galatea.. 
 
아! 템플산! 내가 드뎌 정상에 섰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꿈꾸고 벼러왔던 곳, 내마음의 산에 두발로 우뚝 선 것이죠. 해발 고도 3543m 의 고봉에 내가 서다니요.
 
한국에서는 이렇게 높은 산이 없어 오를 수도 없거니와 이웃의 일본 후지산 같은 것은 정상까지 길이 나있는 산이라 비교할 수 없지요. 바위를 기어 오르고 길도 없는 경사면을 미끄러지며 올라온 것이라 뿌듯함이 더했습니다.
 
뒤에 보이는 눈은 만년 빙하인 템플 글래시어 위에 쌓인 눈이며 저것은 계속하여 빙하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이민 온지 18년, 14년 된 친구들.. 이제 처음 올랐다는 그들도 얼마나 감동하고 행복해했는지..
  
빙하 위를 걸었던 발자욱도 있고 했지만 요즘 날씨가 매우 더웠고 또 지구 온난화로 빙하가 점점 녹는 추세여서 겁이나서 저쪽으로 걸어가 보진 않았습니다. 그냥 드러 누워버렸죠. 한 여름에 빙하 위에 누워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
 
 
1시간 남짓 정상에 머무르며 사진도 찍고 사방을 둘러 보고 아내들이 싸준 맛있는 점심도 먹었습니다. 아래는 영상 32도라지만 여기는 높기도 하거니와 바람이 많이 불어서 제법 추웠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가가듬고난 다음 우리들은 하산 길에 올랐습니다. 내년을 기약하면서..
 
산은 결코 정복당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허용한 것이죠. 언제나 그 자리에 우뚝 서 있는 산은 우리를 품어주었을 따름입니다.
 
산이 관대하였기에 생명의 근원인 대자연 속에서 우리는 엄청난 기와 에너지, 영혼의 쉼을 얻고 자신감과 겸손, 의지와 가치의 삶이란 선물을 받아들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한없이....
 
 
이산
[이 게시물은 마당지기님에 의해 2010-07-26 21:27:44 이야기마당에서 복사 됨]

서강섭 08-08-20 23:42
 
대단하십니다
한라산보다 백두산보다 훨씬 더 높은곳을...
길이아닌 길을 만들어 가며 오르는 그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오랫동안 첫화면을 장식한 저의 모습이 안보여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그 의미있는 등반을...

검프올림
이재훈 08-08-21 11:09
 
템플산을 오르는 큰 줄기는 하나이지만 그 가운데 수많은 작은 옵션들이 있습니다. 어느 방향을 택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입니다. 대부분 먼저 간 이들의 남긴 자국들을 따라 가기 마련입니다. 그것이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을 담보해준다고 믿기 때문이죠.

그러나 때론 그것이 틀릴 때도 있다는 것입니다. 다수가 선택한 안전해 보이는 옵션보다는 소수가 선택했을 법한 다소는 불확실해 보이는 방향을 택했을 때, 결과적으로 나았던 경우가 몇번 있었습니다.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것은. 각 개인의 경험과 정보 그리고 분석력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때론 다수가 가는 길을, 때론 소수가 갔던 길을 상황에 따라 선택해 가야하는 것. 제가 이 번 산행에서 얻은 소중한 또 하나의 경험입니다.
찔레꽃 08-08-23 03:44
 
와아 굉장하십니다! 점점 경지에 이르시는군요.
사람의 몸인 마이크로 세계를 탐험하시고, 이제 자연이라는 매크로 세계를 탐험하시네요.

서구에서 낭만주의의 출현은 바로 자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했습니다. 이제까지 자연이 배경으로만 역할을 했지만, 자연 자체에 대한 관심과 경외감으로의 변화.

ㅋㅋ 이재훈 님은 낭만주의자십니다.
작은세상 08-08-23 12:16
 
아! 그렇게 되는 겁니까?
사실 저는 엄청 낭만주의자거든요. 음악도 그런거 좋아하고
비나 눈 좋아하고 노을이나 구름 같은 거.. 좋아해서 일부러 새벽같이 일어나
사진 찍으러 #1  타고 카나나스키스 같은데 달려가고 그러죠.

분명한 것은 자연은 스스로 그러한 것처럼 존재에 대한 무한한 경외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할 뿐 아니라 근원적이며 영원하다는 것을 깨달아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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