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하이킹, 등산, 스포츠 등 여가활동에 관한 글들을 자유롭게 올려 서로 정보를 나눠갖는 공간입니다.
 
작성일 : 08-07-07 12:58
[생활] 42K 완주기
 글쓴이 : 서강섭
조회 : 9,714  
마의 37K구간을 통과하며 식구들을 만난 포레스트..


2008년 7월 6일 캘거리
42.195Km
공식 기록 5시간 40분 48초
전체 완주자 679중 640등
남자 완주자 434명중 409등
40대 남자 완주자 67명중 65등  

저의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마라톤 풀코스 완주의 화려한 기록입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저는 8개월간의 훈련기간을 가졌습니다.
달리기 연습은 물론이고 근력운동도 같이 병행하는 힘든 과정들이였습니다.
그러나 결국에는 33K 이상 달려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42K대회에 임하는 저는 내심 불안한 마음이였습니다.

패키지를 픽업하던 대회전날, 그안에 있던 달리기 가이드 책자에서 이런 구절을 읽었습니다.
“기나긴 연습기간을 끝내고 스타트라인에  서있는 당신은 이미 목표를 이룬것이다. 그것도 부상도 없이 건강한 모습으로…”
전 이구절에서 격려를 받았음이 확실합니다. 왜냐하며는요..
작년 21K에 도전하는 날 전날밤도 긴장으로 잠을 못이루던 저였는데..
이번 42K전날밤 숙면을 취했으니 말입니다.

대회전날 레이스구간을 지도로 확인하며


내일아침 입고 먹고 달릴 물건들을 바라보며 긴장감을 감춰봅니다.


마침내 대회날은 밝아왔고 대회장으로 향하는 나의 표정에는 비장함마저 보입니다.
지난 8개월.. 아니 지난 2001년 3월부터 시작한 저의 달리기 인생의 하이라이트가 될 레이스를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저 뒤로보이는 휘니시라인으로 오늘 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장기레이스를 준비하며 운동화의 끈을 조일때마다 느끼는 이 팽팽한 긴장감.. 오늘의 긴장감은 그중 최고입니다.


스츠레칭을 끝내고 스타트라인으로 향합니다.


출발총성을 기다리며  저는 4번의 풀코스 완주경험이 있는 벤쿠버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이곳은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이라 고전이 예상된다는 말로 할아버지는 저의 긴장감을 부추기셨습니다.



캘거리시장의 출발 총소리로 이날의 레이스가 시작됩니다.
자.. 다녀오마..막내 장호에게 저의 긴장된 마음을 숨긴채 손을 흔들며 오랫동안 준비해 온 42K 완주에 나섭니다.



이번대회에서의 저의 계획은  초반 20K까지는 7~8분/Km속도로 그리고 후반 20K는 10분/Km의 속도로 달리며
나머지 2Km는 절룩거려서라도 걸어들어가는 것이였습니다.

그리고 풀코스 완주 6번 경력의 저의 직장동료가 하던말에 은근히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포레스트.. 33K를 달린적이 있는 너는 틀림없이 42K를 해낼 수 있다.. 대회 당일날 수천명과 같이 달릴때 나오는 파워가 있다..
그러나 이를 믿고 초반 오버페이스를 한다면  33K마저도 달릴 수 없음을 잊지만 않는다면 넌 틀림없이 완주할 수 있다…”

동료의 이 이론이 맞아들어 가는 것인가?...
초반 5K를 천천히 연습할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달렸는데도 매Km마다 6분대로 지나치는 것이 아닌가?
난 내시계를 의심할 정도로 나의 페이스업에 상당히 흥분되어 있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속도를 더 늦출 필요는 없지 않은가? 라는 생각에 현재의 스피트를  유지하며 10K까지 달렸습니다.

나도모르게 초반 스피드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마음에..
초반 10K에서 벌어들인 10 여분을 2K뛰고 1분 걷기에 투자하기로 작전을 바꾸었습니다.
그리고 약 3K마다 있는 워터 스테이션에서 물을 마시며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항상 첫고비가 있는 21K를 정확이 2시간 30분으로 통과하면서도 몸에는 피곤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 완주할 수 있으려나..”라는 기대감 반..
"마라톤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연습한 만큼만 돌려 줄뿐.. 이라는 저의 경험에 인한 긴장감 반…"

예상대로 21K가 지나며 달리는 속도가 늦어집니다.
그러나  2K 마다 1분씩 걷는 시간과 3K 마다 하는 스트레칭 시간을 포함해서도 8~9분대/Km를 유지하면서 25K를 통과했습니다.
주택가로 들어서며 보니스파크 30K 지점을 를 향해 나아갑니다.

항상 그러했듯이 언제 갑자기 피로가 온몸으로 엄습할 지 불안한 마음으로 한걸음 한걸음 내디디며 달려갑니다.
28K를 지나치며 드디어  피로가 무릎부터 전해집니다. 다리에 무엇을 달고 달리는 그 묵직한 느낌이라니..
그러나 평소보다 약5K나 후에 나타난 피로감이라 위안을 삼으려 달려나갑니다.

이때 저는 그 곳에서 친구를 봤습니다.
그 친구는 저를위해 제일 먼저 힘들어 할 지점에 나와 있었던 것이였습니다.
“보니스 파크 돌아나오면 이제 12K 뿐이 안남었데.. 힘들더라도 기운내고.. 걸어서라도 꼭 완주해야 혀..”
감동의 깜짝 응원쇼를 펼쳐준 그 친구와 감동의 포응과 그가 뿌려주는 물세례를 받으며 기분이 업된 상황에서
나도 모르게 큰 고통없이30K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이제 12K…남았다.
그래.. 갈때까지 가고.. 힘들면 그때부터 걸어서라도 들어간다..
그리고 35K에서는 우리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지 않는가?
힘을 낸다.

하지만 30K를 넘기며 1K.. 1K 달리는데 걸리는 시간이 급속도로 늘어납니다.
그 무념무상의 시간이 되어가는 것 입니다.
달릴때 마다 내는 신음소리만이 내가 달리고 있다는 것을 말해줄 뿐..
아무생각없이 달려나갈 뿐입니다.

도로통제도 일부 해제되며 버스도 다니기 시작합니다.
35K 를 지나는데도 우리 식구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36K를 지나는데도 우리 식구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아…. 너무 힘들다.. 나의 뛰다 걷는 시간은 점점 길어집니다.
이렇게 걷는시간이 길어지다가는 결국에는 다시 뛰지 못하는 상황이 오는 것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아는데..

그때 저 멀리서 신기루처럼 한사람이 두손을 흔들며 아주 반가운 몸짓으로 나를 향해 다가옵니다.
“아… 우리식구들이다..”
이날의 하일라이트 순간입니다.
저의 표정에서 제일 힘들때 식구들을 만난 이 반가움을 보십시요.



건장한 청년이 함박웃음을 지우며 배낭에서 초코파이와 게토레이를 꺼내 건내주며 말합니다.
“아빠.. 보기 좋아요.. 완주할 것 같아요?”

제시카다. 그리고 그녀는 근심가득한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옵니다
“여보..괜찮아?”

또다른 청년이 카메라를 나에게 들이대며 다가온다.



걷는시간이 점점 길어지며 제일 큰 고비를 맞고있던 나는 식구들의 모습을 주로에서 보고 다시 달릴 수 있게되었습니다.
그리고 38K를 향해 나아가며 난 식구들에게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자.. 모두 휘니시라인으로 가거라.. 빨리 가야 할꺼다.. 내가 먼저 도착할 지도 모르니…”



38K 부근에서 식구들을 만나고 초코파이와 게토레이로 힘을 낸 나는..
식구들이 준 그 신비한 힘으로 39K 40K를 차례차례로 해치우며 결승점을 향해 한발 한발 나아갔습니다.
거리표지판에서 본 41K라는 숫자는 정말 엄숙해 보였습니다.
아... 41K라니... 난 정말 완주하려나 보나...

무릎등 온몸에 5시간 이상 달린 피로가 넘쳐납니다.
무릎통증과 허벅지 근육통 종아리 근육통 달릴때 흔들리는 팔근육통 극심한 발목피로등으로..41K 구간은 걸어서 통과했습니다.
이렇게 고통이 지속되다가는 결승점에서 식구들 보는데.. 아니 결승점 통과사진을 부모님께 보내드려야 하는데..
너무 힘든 모습을 보이지는 말아햐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서 말입니다.

어느덧 도로통제는 해제되어가며 모든 늦은 주자들은 자전거도로위를 절룩거리며 걷거나 뛰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14 스트리트에 접어들며 나는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길거리에 차를 타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차창문을 내리고 거의 꼴지로 휘니시라인을 향해 절룩거리며 나아가는 나를 보고
모두들 응원해 줍니다.
“잘하고 있다.. 보기좋다.. 다 왔다..GOGOGOGO….”

5시간 30분 이상 견뎌오던 왼쪽 정강이에 드디어 쥐가 났습니다.  다리 난간위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스트레칭을 하니 다행이도 바로 없어졌습니다.
그리곤 바로 오른쪽 궁둥이에도 쥐가 나려하다가 이는 저절로 없어졌습니다.
그리고..
아… 드디어 휘니시라인이 보입니다..
카메라를 들고있는 막내도 눈에 들어옵니다
“자.. 웃으며 들어가자.. 웃으며 유종의 미를 거두자.. 자.. 이제 끝내자....”



공식기록 5시간 40분 48초로 휘니시라인을 통과합니다.
저의 처음이자 마지막 42K를 끝내는 순간입니다.
꿈에도 그리던 그 모습이 현실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것 보세요 완주메달이예요.. 저 드디어 끝냈어요..축하해 주세요.. 모두모두 고마워요..



휘니시라인에서 언제 들어올지 모를 저를 오랫동안 기다려 주신 김선배와


이번 42K 완주의 일등공신 자랑스러운 우리 식구들과


꽃다발을 들고 결승점에서 저를 기다려 주신 저의 이웃내외분과 기념촬영을 하며 이날의 레이스를 마쳤습니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주신 부모님께 이번의 42K 완주소식을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어머니 아버님.

캘거리에서 검프 올림

[이 게시물은 마당지기님에 의해 2010-07-26 21:27:00 이야기마당에서 복사 됨]

성기영 08-07-08 00:20
 
드디어 해내셨군요. 축하드립니다.
목표를 세우고 오랜시간 준비해오고 마침내 이루어내는 서강섭님의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찔레꽃 08-07-08 00:49
 
목에 거신 메달은 승리의 메달이 아니라 성취의 메달이라 더욱 더 값져 보입니다. 완주를 못하셨더라도 찬사를 받아 마땅한 일이었습니다. 대회에 나가시기 전 한번도 완주를 않으시고도 이렇게 거뜬히 완주 하셨으니 더욱 귀해 보입니다. 어제 Bowness Park엔 못 나가봤습니다. 일 때문에  밤을 새야 했습니다. 다운타운 9 ave로 차를 몰아가면서 finish line을 보고 서강섭님께서 분투하시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서강섭 08-07-08 09:58
 
성기영님.. 항상 저를 격려해 주시어 감합니다. 게다가 이렇게 이웃간에 따뜻한 情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시어 고맙구요.
곧 만나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하시지요.

찔레꽃님..보니스파크를 지나며 은근히 찔레꽃님을 찾아보았답니다.. 호호. 그러나 이렇게 누군가를 기다리며 달리는 것 자체로도 힘이 되는것 아시는지요..
모쪼록 찔레꽃님이 목표하시는 일 성취하시길 기원드립니다. 건강하세요.

외로운 이민생활속에서의 따뜻한 원경이여..(안희선님의 싯구절에서 인용)
이렇게 이웃간에 정담을 나누는 우리는 행복한 사람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검프 올림
민용기 08-07-09 00:18
 
축하 드립니다 서강섭씨
감동을 나눌 수 있도록 글 과 사진 그리고 음악까지..
시원한 생맥주 한잔 같이 합시다
어진이 08-07-09 17:03
 
와아~~~~~
정말 장하시고 대단하십니다.
멀리서 축하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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