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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31 17:53
[하이킹/등산] 11년만에 다시 찾은 Highwood의 아이콘 Mount Rae
 글쓴이 : 왕십리
조회 : 792  
지난 주말(7월 29일)에는 Highwood Pass 지역에 있는 Mount Rae에 다녀왔습니다. 
2주전 Grizzly Peak와 Highwood Ridge에 올랐을 때 넘겨다보던 그 봉우리를 다시 찾았는데, 제 과거 기록을 뒤적여보니 정확히 11년전 같은 날, 그러니까 2006년 7월 29일에 올랐더군요. (summit log에서 과거 기록을 찾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잔뜩 품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던 탓인지 가장 오래된 기록이 2014년이더군요.)
Alan Kane의 설명대로, Mount Rae는 하이웨이에서 바라다 볼 때 그다지 아름답거나 눈에 확 띄지는 않지만 많은 장점을 가진 등반지입니다. 우선 해발 3,218 m의 높이는 Front Range와 Kananaskis 지역에서 최고의 높이를 자랑하지만, 그에 반해 접근성이 너무 좋고 등반고도가 비교적 낮다는 점이 많은 산악인들이 찾게 만들죠. 
산 아래까지는 Ptarmigan Cirque trail을 따라 가벼운 하이킹을 할 수 있는데, 이 trail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찾은 곳입니다. 다만, col까지는 본격적인 돌을 굴릴 위험이 상당히 많은 이끄러운 자갈비탈을 지나야하고, 정상 바로 직전에 또 한번의 자갈비탈, 그리고 
upper ridge의 위험스런 구간을 지나야 한다는 점에서 moderate scramble 로 구분되는 곳입니다. 사실 이날도 체력만 믿고 헬맷도 없이 무모하게 도전했던 젊은 그룹의 한명이 자갈비탈의 중간에서 오도가도 못하다가 도로 내려가게 되어 전체 그룹이 col까지 가서 돌아서야 했죠. 

Ptarmigan Cirque trail을 지나 view point에서 바라 본 남서방향의 모습. Highwood ridge, Grizzly Peak, Mt. Tyrwhitt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우리가 올라가야 할 방향입니다. 멀리 보이는 봉우리는 하이웨이에서도 보이는 봉우리인데, 자료에 보면 모두 pinnacle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즉, false summit이죠. 실제 Mt. Rae의 정상은 저 뒤 북쪽으로 뻗어간 ridge 뒤에 있어 보이지 않습니다.

산허리를 돌고나니 올라가야 할 자갈비탈의 전경이 드러납니다. 지금은 비탈을 건너가고 있지만, 본격적으로 급경사 구간에 이르면 비탈에 보이는 눈 무더기 오른쪽의 기울어진 지층을 따라 사선으로 col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뒤로 Little Arethusa가 시야를 가립니다. 군데군데 남아있는 눈은 이제 내년까지 남아있겠지요. 

본격적인 경사가 시작됩니다. 오른쪽으로 솟구치는 지층의 단면 중 하나를 택해 각자 수단껏 올라갑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반드시 헬맷을 사용해야 합니다.

사진으로는 경사가 잘 실감이 나질 않는군요. 왼쪽에는 이미 왕부인이 col에 다다르고 있고, 오른편 아래는 Ringroad님이 열심히 바위를 타고 있습니다. 오른편 상단의 봉우리가 아래에서 보이는 pinnacle입니다.
여기서는 각자도생이 정답입니다. ㅎㅎ

col에 올라서면 드디어 반대편의 전경을 보게 됩니다. 사진 아래부터 위로, 이제는 많이 줄어든 Rae Glacier부터 Elbow River, Elpoca Mt.(가운데), Tombstone Mt.(오른편 멀리)입니다.
Rae Glacier는 Elbow River의 수원이며, 캘거리 식수 공급원중의 하나입니다.

자, 이제 ridge의 전경을 볼 수 있네요. 사진 가운데 바로 보이는 것이 pinnacle인 false summit이고 Mt. Rae의 true summit은 멀리 보이는 왼편의 봉우리입니다.
지금 이 col의 높이도 이미 3000 m를 넘어서는 높이입니다. 예전에는 저 pinnacle을 넘고 ridge를 오르락 내리락거리며 갔었기 때문에 눈이 있을때 아주 위험해지고 추락사고도 많이 있었다는데, 요즘은 사진에도 희미하게 드러나듯이 산의 왼쪽면을 따라 traverse 할 수 있도록 trail이 나 있어서  정상 거의 가까이까지 가는 것에는 문제가 없습니다.

col에서 바라 본 남쪽 전경입니다. 사진 중앙에는 Arethusa, Storm, Mist의 정상봉우리들이 한 줄로 차례대로 보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올라온 비탈이죠. 사진에서 보기보단 경사가 급합니다.

일단 한차례 휴식을 갖고 본격적인 ridge walking을 시작합니다. 아직도 200 m 이상의 gain을 올라야 합니다.

길었던 traverse가 끝나고 드디어 정상 가까이의 upper ridge에 올라선 동료들입니다. 

ridge를 올라서기 직전의 ledge는 완만합니다.

우리가 올라온 길을 돌아봅니다. col까지의 trail이 좀더 선명하게 보이는군요. BC주 산불의 여파가 아직 미치고 있어 하늘이 맑진 않지만, 그래도 서쪽으로 이어지는 산군들이 BC주 경계 너머까지 계속되는 모습을 볼 수 있네요, 아쉬운대로.

upper ridge 너머의 모습입니다. Rae에서 Arethusa로 이어지는 산줄기(사진 오른편) 너머의 모습이죠. 이름없는 tarn도 있습니다. 
(Rae에서 Arethusa로 이어지는 이 산줄기를 King Ridge라고 부른답니다. - 비공식적으로)

좁은 upper ridge 위에서는 감히 사진을 못찍고 정상 가까이에 ridge가 조금 넓어진 틈을 타서 찍습니다. ㅎㅎRingroad님은 이미 도착을 했구요.

Hibiscus님도 도착을 합니다. 지나온 ridge가 짜릿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Mcdonald 정상 ridge에 버금가지 않을까 하고 생각을 해봅니다. ^^;;

Mt. Rae의 동쪽 능선은 훨~씬 더 날카롭습니다. 

하늘이 깨끗하지 못한게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Mt. Pocaterra와 Gap Mt.을 너머 있는 Kananaskis Lakes가 선명하질 않군요.

북쪽 전경.  왼쪽부터 Gap, Elpoca, Jerram(조금 멀리), Tombstone 등의 산들이 있고, 아래에는 Elbow Lake와 Elbow River도 확연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넓은 정상에서 점심과 후식과 음악과 경치를 즐기며 한참을 보냅니다.

떠나가기 아쉬운가요? 뭔가를 남겼나봅니다.

그건 아마도 정상의 돌들 사이로 박아넣은 아쉬움과 성취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올라가는 길이 험하고 힘들었던 만큼, 내려오는 길도 절대 만만하지 않더군요. 11년전에 왔던 기억은 생생하지 않아서 조각조각으로만 기억되었을 뿐, 그 때는 어찌 올라가고 내려갔었는지... 동일하게 기억되고 느껴졌던 것은 단 한가지 - 아주 힘들었다는거.. 그래도 두 번을 오르고나니 이제 선명하게 산 하나가 기억 속에 자리잡습니다. 빡빡한 근육통과 피멍든 상처와 함께.

Ptarmigan Cirque trail 끝에 있는 작은 폭포. 빙하가 녹은 물이다보니 아주 차갑습니다.  천진난만하게 물장난하며 놀고 있는 이 어린친구는 오늘 우리보다 조금 앞서서 아버지와 함께 Mt. Rae에 올랐던 꼬마 climber입니다. 투정 한 번 부리지 않고 아주 활기차고 겁도 없이 앙증맞은 헬맷을 쓰고 말이죠. 혹시 압니까? 이 어린 친구가 멀지 않은 훗날 아주 대단한 알피니스트가 될지도요. 그래도 물장난 치는 모습은 영락없는 개구장이 모습입니다. 

모처럼 산행다운 산행을 했습니다. 숲속 하이킹, scree slope 오르기, ridge scrambling 그리고 정상에서의 느긋한 게으름. 휴식 포함 7시간 반을 산에서 보내고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행복합니다. 비록 하루, 이틀쯤 허벅지와 무릎의 통증에 시갈린다고 해도 말이죠. 그리고 토요일 저녁 아.주. 단잠을 잤습니다. 
아직은 무더운 날씨와 깨끗치 않는 공기가 위력을 떨치는 여름날들 잘 보내시고 다음 산행에서 뵈요. 

(사족)
1. 공식적인 기록에 따르면 Mt. Rae의 이름은 그 유명한 James Hector가 동료 외과의사인 John Rae박사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는데, 기가 막힌 것은 생전에 두 사람은 만난 적이 없었을 뿐더러, Mt Rae가 있는 곳은 James Hector의 탐사지역이 아니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오히려 요즘에는 실제로 이 지역을 탐사했었고, John Rae박사를 만났고 존경해마지 않았던 John Palliser에 의해 명명되었다고 한답니다. 

2. 그리고, Rae에서 Arethusa로 이어지는 King Ridge의 이름은 "High River"에 살면서 친구들과 열심히 산에 다녔던(Highwood Pass를 지나는 40번 도로가 생기기도 전이었던 1940년대에) Don King을 기념하여 이름을 붙였다는군요. 그당시 그들의 전통이, 여름이면 산 정상이나 언덕에 올라 캠핑을 하면서 여러 사람들이 미리 정해둔 날과 시간에 하늘로 불꽃을 쏘아 올리는 것이었답니다.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때맞춰 구경을 했구요. 물론 Mt. Rae도 올랐답니다. 

작은세상 17-08-02 11:43
 
가슴 설레는 산행 후기입니다. 딸의 방문으로 가지 못했기에 더 아쉽네요..
사진을 보니 혼자라도 다녀와야겠다는 투지가 생깁니다. 스모크가 걷히면.
후기 잘 보았습니다.
     
왕십리 17-08-02 12:36
 
작은세상님 같으면 혼자가셔도 좋지요~~
(단, Ptarmigan Cirque에 사람들이 많은 날.. ㅎㅎ)
주중에도 사람들이 종종 가는 듯하니 어쩌면 혼자가 아니실 수도..
반드시 스모크가 걷히고 날씨가 좋은 날 가셔요. 경치 끝내줄겁니다. 근처에서 제일 높은 산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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